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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 카세트 플레이어

위치 : 전라남도 목포시 중앙동1가 

대지면적 : 155.4 ㎡     /     ​층수 : 3층

설계기간 : 2021.10 ~ 2021.12

시공기간 : 2022.01~2022.05

​사진 : 텍스처 온 텍스처

목포역 일대는 철도와 해상 무역이 활발했던 과거의 영광이 빛바래 진 구도심이지만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중후한 근대 건축물들과 지역 문화가 잘 녹아들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기존의 맥락을 유지하며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모습들은 떠나는 것들의 아쉬움보다 채워지는 것의 설렘을 준다. 스테이 카세트 플레이어도 KTX 목포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구도심의 여관으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1980년대 건물을 전면 철거가 아닌 리모델링으로 결정한 것은 건축주 부부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공간의 전체 운영 컨셉은 설계가 진행되기 전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였다. 건축주 부부는공간의 이름을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쉬다 가라는 뜻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로 정했다. 운영의 방향성이 정해지면서 객실이나 공용공간 외에도 카세트 플레이어를 비치하고 들을 수 있는 색다른 공간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카세트 플레이어 건물은 도로 쪽의 2층 근린생활시설 건물과 안 쪽의 3층 여관 건물로 두 동이 붙어 있는 구조이다. 바로 옆 필지에는 2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물이 하나의 벽을 두고 나란히 붙어있다. 도로 쪽 두 동의 맞벽 건축물과 골목 안쪽의 여관동이 꽉 채워진 ㅁ자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오래된 여관 건물이다 보니 방의 크기가 크지 않았지만 창이 아예 없는 방도 있었고, 화장실이 방만큼 큰 방도 있었다. 각 층의 공용공간 1~2개를 제외하고 기존의 객실은 총 3층 3개, 2층 6개, 1층 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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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였다.

우선은 노후된 건물에서 발생하는 누수와 결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대부분의 객실 창호는 목재 창호였고, 일부는 무늬를 가진 유리가 끼워진 알루미늄 창호였다. 객실의 크기는 전체적으로 2m*2.5m, 약 1.5평 정도였는데 창의 크기는 1.8m*1.5m로 조금 큰 편이었다. 유달산이 보이는 몇 개의 방을 제외하고 인접 대지의 지붕이나 담장만 보이는 객실은 어느 정도의 시선이 차단될 수 있도록 폭은 유지하며 높이를 줄이고 창호를 pvc 이중창으로 교체하고, 벽면의 단열도 보강하였다. 짧게든 길게든 누군가 머물다 가는 공간에 가장 기본 조건을 갖추는 일이기에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반면 창고나 화장실, 복도 공간에 있는 창호들은 기존의 것을 유지하였다. 이 공간들은 단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레트로함을 잘 간직한 유리의 무늬는 지금 구할 수도 없는 고유함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과거 여관이었을 당시에 사용되었던 2개의 샹들리에를 2층 공용공간에 재사용하였다. 샹들리에는 해 질 녘 카세트 플레이어를 은은하게 밝혀주는 포인트 조명으로 이용하고 있다.

 

복도를 따라 개별 객실로 들어가는 전형적인 구조의 2,3층과 다르게 1층은 과거에 기존 벽을 일부 철거하여 공용공간으로 이용했었던 터라 공용공간이나 거실로 활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1층은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를 갖춘 단독 객실이 아닌 방 3개와 거실을 갖춘 독립형 숙소로 구성하게 되었다. 독립형 숙소의 현관은 진입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배치하여 복도 쪽에서 숙소의 현관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했다. 현관 쪽의 수납장과 연결통로 쪽의 진열장은 가운데가 비워진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하여 숙소로 들어가는 복도로 읽히기보다는 지역을 소식을 전하는 하나의 쇼룸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층에는 도로에 면해있어 볕이 잘 드는 두 개의 공간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배치하였다. 공용공간은 간단한 조리와 식사가 가능한 공간과 카세트 플레이어라는 컨셉에 맞게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라디오 그리고 클래식에서 2000년대 음악까지 장르를 망라한 카세트테이프가 놓인 리셉션 겸 음악 감상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의 고정형 벤치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튀어나온 구조를 활용한 것이다.

-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의 엑소노메트리
-  원래 요소가 남아아있는 부분들 

전형적인 숙박시설의 긴 복도와 객실 구성의 2층에는 일부 벽을 철거하였다. 2층에서 유달산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과거에 공용 화장실로 쓰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화장실 벽을 철거해 객실로 확장하여 전망을 확보하면서도 기존 바닥 전체를 철거하기보다 화장실의 바닥 단차 부분을 더 높여 툇마루로 만들었다. 2층의 가장 안쪽 객실은 다른 방들과 다르게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좌식 공간을 갖춘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크기는 다른 객실과 동일하지만 화장실이 없는 방이 하나 있었다. 이 방은 과거에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화장실이 없는 방의 양쪽 벽을 철거하고 가로로 긴 두 개의 객실로 구조를 변경하였다.

 

3층의 3개의 객실은 1, 2층에 비해 방과 화장실의 크기가 큰 편이었다. 화장실이 2층 객실보다도 크다는 게 3층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우리는 이런 장점 같은 단점을 보완하면서 철거를 최소화하여 3개 객실에 각각 다른 스타일의 화장실을 적용하였다. 하나는 기존의 구성 그대로를 유지하고, 하나는 일부 건식 공간을 두어 습식 화장실의 크기를 조금 줄였다. 3층 가운데 객실은 화장실이 외기에 면해있어 채광이나 환기를 복도로 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창문이 있는 가운데 부분을 파우더 공간으로 이용하며 침실 공간으로의 채광이 가능하도록 하고 샤워실과 화장실을 파우더를 기준으로 좌, 우로 분리하여 구성하였다.

 

카세트 플레이어에는 공간 전이의 요소로 두 개의 아치가 있다. 첫 번째는 주출입구의 아치로 방문객들은 아치를 통과하여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게 된다. 또 하나는 2층 계단을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 아치이다. 도로 쪽에 위치한 주방, 식당, 리셉션(음악감상실)의 공용공간과 숙박공간을 구분하면서 연결하고 있다. 레트로 한 내부 공간과는 다르게 입면은 최대한 깔끔하게 보이도록 기존 입면에 튀어나온 요소들을 최대한 정리하였다. 주변의 시멘트 미장이나 적벽돌 타일 건물과는 다르게 전체 정돈된 볼륨은 흰색 도장과 입구 일부를 목재로 마감하였다.

 

스테이는 건축가가 만든 큰 틀 안에서 건축주의 취향을 가장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취향과 건축이 잘 어우러졌을 때 그만의 매력이 더 돋보일 수 있다. 카세트 플레이어는 현재 진행형의 건축물이다. 현재 스테이로 이용되고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 건물과 연계하여 공유 공간도 준비하고 있고 1층에도 새로운 상업시설들이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새롭게 펼쳐질 스테이 카세트 플레이어만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는 만큼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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